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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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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개인 각 개인은 가족 또는 배우자로부터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독립한 개인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 또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가족이나 확장된 가족은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선을 지켜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은퇴한 부모님을 예로 생각해보자. 적절한 의사소통이 보장된다면, 은퇴로 인해 자존감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부모님에게 손주를 돌보는 일이나 자녀에게 작은 도움등을 주며 용돈 벌이를 하시는 일은 그들이 자기 효능감을 느끼도록 돕는 일이 될 수도 있다.또한, 이런 날들이 모여 '남은 생에는 장애 아동을 돌보는 일을 하며 생활비도 벌고, 사회에 기여도 하자.'라는 생각으로 발전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경제적, 정서적..
도구 사랑을 속삭이던 그의 입술은 어느새 화살로 바뀌었다. 같은 곳에서 쏘아져 나오는 나를 향한 비난과 증오의 말들을 조용히 적어본다. 애정과 증오가 어떻게 같은 곳에게 흘러나오는가? 그는 헛헛함을 나를 사랑하며 채워왔나. 이제 그는 방법을 바꾸어 나를 공격하며 본인의 단단한 입지를 다지나. 스스로 결점 없는 사람, 지금 이대로 훌륭한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를 깎아내리나. 그래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찾은 것일까. 나는 그냥 지금 이대로 아무 문제가 없어. 잘못한 건 모두 당신이야. 마음속 작은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그의 사랑은 나를 위한 것이었던 게 맞나. 혹여나 그 스스로를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사랑은 사실 본인의 공허함을 메꾸기 ..
어린이 공장 어린이 공장"6교시는 정말 끔찍해요. 5시간 넘게 학교에 갇혀있어야 되는 거예요. 선생님은 이게 맞다고 생각하세요?"올해 4학년이 된 준영이가 나에게 묻는다. 그는 나에게 1년여 전부터 영어를 배워오고 있는 아이이다. "수업 시간에는 화장실도 안 보내줘요.""그럼 배가 아프면 어떡해? 못 참을 수도 있잖아.""진짜 급한 애들만 보내줘요."그는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반응에 반신반의했다. 이게 그렇게 슬플 일인가? 이 아이가 모든 것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그는 민감한 성격 탓인지 순한 기질의 아이들보다 학교라는 장소를 폭력적으로 인식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래도 지금 선생님은 훨씬 나은 거예요.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숙제를 안 해..
주제통각검사 그녀의 불편한 감정은 그대로 그녀의 얼굴에 드러났다. 그녀는 예의를 갖출 여력도 없이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을 노파에게 쏟아부었다. 그녀의 말을 미동도 없이 들어주던 노파는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노파는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비슷한 일들을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 노파는 아무런 판단도, 비난도 없이 그녀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수용해 주었다. 그 노파의 한 가지 바람은 그녀가 너무 아프지 않고 현재를 살아내는 것이었으나, 그 소망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또한, 그 노파는 그녀가 그녀의 현재가 축복임을 깨닫는다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반성 너 잘못한 거 없어.넌 그저 너의 감정을 말했던 것뿐이잖아.어린 시절, "난 할머니 댁에 가면, 용돈을 받으니 좋아!"라던 너의 고백은 순수했고, 아름다웠어. 너의 말을 듣고 널 혐오했던 그녀를 위해, 더 이상 반성하지 마. 그리고 자책도 하지 마. 그렇게 그녀의 몫을 더 이상 네가 떠안지 마. 그건 그녀에게도 너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지금의 너는 알잖아.그건 네 문제가 아니었어. 그들의 분노는 그들이 다뤄내야 했던 그들의 것이었고, 이제껏 네가 대신 다뤄주었지. 지금까지의 너는 어리고, 힘이 없었으니까, 방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그 결과 그들은 아직도 스스로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잖아. 자신의 문제를 타인이나 상황을 탓하며 위기를 모면해 온 시간은, 현재 그들이 해내야 할 밀린..
데이트 오늘은 남편이 아프다고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다. 나는 그가 집에 있으니, 커피도 한 잔 마시러 가고 싶고 아이 하원도 함께 시키고 싶다. 하지만, 그는 어젯밤에 아토피로 얼굴을 심하게 긁어놓은 것을 이야기하며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저 편하게 아내와 카페에 가는 남편들, 아내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하원도 시키는 남편들을 보면, 자꾸 내 처지가 비교된다. 나는 그들의 아내가 부러운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저 그런 일상이겠지. 딱히 남편에게 고마움 따위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사소한 일상이 너무 오래 기다리다 숨이 깔딱깔딱할 때 한 번 정도 주어진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위축된다. 내가 아픈 남편을 ..
역시 나는 '역시'라는 단어 사용을 조심한다. 이 단어는 주로 예상이나 판단하는 말과 함께 쓰이며, 사람을 낙인찍는 기능도 있다.나는 "쟤는 역시 노력을 안 해."라는 부모의 한 마디가 아이에게 어떠한 결과를 남기는지 너무 잘 안다. 낙담한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가 예상하는 그대로 행동하며, 서서히 부모를 증오한다.그럼 좋은 의미로 '역시'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역시 우리 딸은 효녀야." "역시 우리 아들은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내." 이러한 말들이 부모에게는 자녀를 향한 사랑 표현일 수는 있으나, 동시에 자녀들이 실수하고 실패할 기회를 빼앗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말을 자주 듣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이 아이들은 언제나 효녀이어야만 하며 또한 무슨 일이라도 제대로 해내야 하기 때..
취미 현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취미는 책 읽기와 글쓰기이다. 나는 상황이나 사람을 제대로 알아야 그들이 이해가 되며 그래야 공감이 되는 사람이란 것을 책을 읽으며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내가 결혼 생활 중에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내가 눈에 보이는 배우자나 자녀의 상처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었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상처는 도무지 느끼지 못했고,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그것을 근거로 그들이 나약하다 비난을 해대기 일쑤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 읽기는 내가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괴로움을 자주 짜증이나 화와 같이 알아보기 힘들고, 반응하기 어려운 형태로 표현한다. 그런 때에 우리가 그 짜증에 똑같이 반응하여 짜증을 내면, 상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