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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아사랑해

안 좋은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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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빛이의 첫 유치원을 알아보던 때, 나는 집 주변에 있는 유치원들의 안 좋은 소문들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의 생활을 잘 해낼 것인지, 못 해낼 것인지는 아이가 만날 선생님에게 전적으로 달려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누가 될 것인지를 알 방법이 없다. 심지어 나빛이 같은 경우에는 유치원 설명회에서도 그리고 그 유치원을 다니기로 결정을 한 후에도 누가 나빛이의 담임이 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빛이는 오랫동안 좋은 평이 유지된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으나, 그 유치원 안에서의 현실은 지옥 같았다. 그곳은 나빛이가 입학하기 2년 전 원장이 다른 수녀로 바뀌었었다. 그리고 그렇게 원장 수녀가 바뀐 후, 10년 넘게 일하던 모든 교사가 다 그만두었다는 사실도 나는 아이가 등원을 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까지 알 길이 없었다.

 

나빛이의 첫 담임은 나빛이가 입학하기 몇 달 전에 급하게 인터넷으로 채용된 교사였다. 그녀의 교훈은 '규칙을 잘 지키는 어린이가 되자' 였고, 매주 올라오는 사진들 속 아이들의 뻣뻣한 포즈와 억지웃음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나빛이가 3월부터 10월까지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나빛이의 반 아이들 12명 중에 나빛이 포함 4명이 그 반을 그만두었다.

 

나빛이도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은 후 더 이상 회복도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우리 가족 모두는 아이가 그 유치원을 그만두는 것에 동의하였다. 그 후, 나는 인터넷에 다시 그 유치원을 검색해 보았다. 여전히 내가 볼 수 있는 글들은 블로그에서 이 유치원을 추천한다는 글들 뿐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이 모든 정보를 내가 1년 전에 알았다면, 나는 절대 나빛이가 그 유치원에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곳에서 빠져나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일까? 혹여나 나빛이와 다른 성향의 아이가 아무런 힘 없이 그곳에서 그저 정서적 학대를 당하고만 있다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내 아이만 데리고 빠져나온 나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일까? 그 아이들은 미래에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될 것이다. 그들이 힘 없이 연약한 존재인 지금, 나는 그들이 이 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의무가 없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다면 그들 또한 나름 최선을 다해 아이를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일 텐데, 굳이 그들의 반대에 서서 그들을 공격하는 행위가 이 사회를 위한 행위는 맞는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긴 후, 행복해하는 나빛이를 보며 나는 마냥 행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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