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나는 인상이 차갑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때 나의 표정은 주로 무표정이었고, 그 표정은 손쉽게 나와 사람들 사이에 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난 내가 만든, 그 벽 뒤어서 편안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엄마의 표정에 따라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제작진은 아이를 엄마로부터 일정 거리 떨어뜨려 놓은 뒤, 엄마가 한 번은 웃으면서 그리고 또 한 번은 무표정으로 아이를 불러보게 하였다.
실험이 시작되자 갑작스레 엄마와 떨어지게 된 아이는 불안한지 두리번 거리며 엄마를 찾는 듯 했다. 하지만, 곧 엄마가 아이를 부르자 아이는 기뻐하며 엄마에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를 보며 활짝 웃자, 아이도 엄마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그렇게 아이는 전력을 다해 기어와 엄마에게 포옥 안겼고, 엄마에게 안긴 아이는 정말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엄마가 무표정을 했을 때, 아이는 불안감에 휩싸였는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나는 그런 아이가 안쓰러웠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 난는 나의 무표정이 나의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전보다 더 자주 웃는다. 나는 아이가 주변에 있을 때 일부러 의식을 해서라도 더 자주 웃는다.
아이가 나를 보며 질문을 할 때, 나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활짝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면 아이는 말을 끝마친 후, 나에게 포옥 안긴고 속삭인다.
"엄마. 사랑해"
엄마인 나의 미소는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입꼬리만 움직이면 되는 나의 노력으로 나는 공간을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 어찌 보면 참 고마운 능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핀아사랑해
표정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