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나는 고집스러운 사람인 것 같다.
10년 전 즈음, 나는 고등학교 남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나의 반에는 공부에 크게 관심이 없던 학생들 세 명이 있었다. 그 당시 학원 원장은 나에게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아이들을 때리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뒤, 나는 그 길로 일을 그만두었다.
나는 그곳에서 오래하기도 했었고, 그 곳의 월급은 다른 학원들에 비하여 훨씬 많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 딴 건 상관이 없었다. 나는 죽기보다도 내 고집을 꺾기가 싫었다.
이 고집스러움은 때때로 나를 지켜주기도 하고, 또 자주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첫 째, 절대 이혼은 하지 않는다.
둘째, 절대 낙태는 하지 않는다.
셋째, 절대 술을 파는 곳에서 일하지 않는다. 음식점도 술을 판다면 아르바이트도 안 된다.
넷째, 죽어도 내 아픔을 아이에게 대물림하지 않는다.. 등
나에게는 수많은 암묵적 규칙들이 있다. 그것들은 내가 융통적 사고를 하는 것을 방해하고, 타인을 공감하는 것도 더 어렵게 만든다.
예를들어, 남편이 아이 앞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
그러면 나는 "그건 당연히 당신 잘못이지. 그러게 평소에 스스로의 내면을 돌보라고 했잖아. 양육법도 다 알려줬잖아. 내가 감정조절 훈련 하라고 했지." 등의 말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운다. 물론 이 말들을 하는 순간 싸우게 되니,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못 한다.
따지고 보면, 내 규칙에 반하는 행동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행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인간이 실수를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자체가 가능한가? 그 자체를 시도한다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완벽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이니, 오만한 것은 아닐까? 특히, 나 스스로가 아닌 타인까지도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그렇게 모든 환경과 주변 사람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사실 내 자신의 불안을 낮추려는 시도 아닌가? 결국 내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내 내면의 비판자와 대면할 용기가 없으니, 과도한 이상을 고집스럽게 따르려는 것 아닌가? 이 말이다.
나도 이제 제발 그만하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다고, 좀 틀려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이고 싶다. 결국 외부로부터 오는 자극은 내 통제 밖이며, 나는 그 자극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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