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갔던 날, 내가 바닷가 돌멩이들 위로 핸드폰을 떨어뜨렸잖아. 그때 그렇게 내 핸드폰 액정이 부서져서, 여보가 예전에 쓰던 공기계를 나에게 줬지.
나는 그 공기계를 초기화하기 전에, 사진첩을 확인했어. 혹시라도 중요한 사진들이 있으면, 외장하드에 옮겨 놓으려고 했지. 사진첩 안에는 여보가 일할 때 찍었던 현장사진들이 무더기로 있더라.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우리 가족사진들이 촘촘히 채워져 있었어.
당신이 오랫동안 우겨서 산 안마의자 사진, 여보는 베란다 창문을 떼어내고 작업하시는 분들과 안마의자를 안방에 넣었지. 나랑 나빛이는 작업하는 동안엔 위험하니 친정에 가있었던 기억이 나.
당신은 작업을 마치고 바닥을 깨끗이 닦고, 예쁘게 사진을 한 장 찍었잖아. 나는 그 사진이 기억나. 당신이 나에게 보내준 사진이니까. 내 허리디스크로 여보가 구매했던 안마의자, 사진은 원래 찍지도 않는 사람인 당신에게 그 사진은 왜 중요했을까.
그리고 우리 가족이 동물원에 간 사진들이 있었어. 그런데 내가 놀랐던 건, 당신의 사진첩에는 나빛이가 아닌 동물들에 흠뻑 빠져들어 기뻐하는 내 사진들만 수두룩하게 있더라. 너무 이상한 기분이었어. 내 사진첩에는 나빛이 사진밖에 없는데, 당신에게는 나도, 나에게 나빛이가 소중하듯, 소중한 사람인 거구나.
'나는 너무 뚱뚱해. 여자로서 매력이 없어.'
'그건 당신 생각이지. 왜 당신은 본인의 생각을 나에게 강요해? 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고.'
퉁명스럽게, 아니 고집스러울 정도로 나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당신이 나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 마치 이미 저질러진 이 결혼생활을 망칠 수는 없으니(자식도 있는데 바람을 피울 수는 없으니?)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지. 나는 저 여자를 사랑한다. 사랑해야만 한다. 저 여자는 너무 예쁘다. 이렇게 말이야.
그런데 당신의 사진첩을 보니까, 당신의 눈으로 나를 보니까, 당신의 마음이 읽어지는 것 같았어. 당신은 정말 늘 그 자리에서 나를 사랑하고 있더라. 그렇게 공기처럼 당신은 우리 가족을 살리고 있더라. 그리고 나는 당신에겐 하나뿐인 사랑하는 아내 이더라.
그렇게 사진들을 보고 나니까 여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가장의 자리가 너무 무거운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고, 마지막으론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지금도 안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당신이 있는 이 밤이, 그리고 이 공간이 정말 평화로워. 당신에게 자주 말 하지만 또 말해주고 싶었어.
행복한 가정을 꾸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랑 결혼해 줘서 늘 말하듯 정말 고맙고, 사랑해.
핀아사랑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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