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그녀의 요구
"너 4천만 원 있지? 그거 나한테 좀 보내 봐. 내가 몇 달 후에 두 배로 불려서 줄 테니까."
나는 황당하였고, 조금은 신기했다.
그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헷갈리는듯한, 그리고 나에겐 늘 그렇듯 선택권이 없는 듯한 말투가 참 거슬렸다.
그 4천만 원은 내가 20대 초반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 온 내 돈이었다.
"갑자기 돈은 왜?"
"나 부동산 회사에 취업한 거 알지? 그 회사에 계속 다니려면 돈이 좀 필요해."
"회사를 더 다니는데 왜 4천만 원이 필요해?"
"몰라.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까 그냥 보내."
"그건 안돼."
"보내라고."
"안돼."
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싸늘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나에게 복수를 시작하였다.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밥을 차려 놓고 오빠에게만 주는 것,
듣는 척도 하지 않는 것,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 그녀의 복수였다.
나는 그녀에게 돈을 스스로 모으고, 그 돈을 내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는 권리 따위는 없는 그 어떠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