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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빛이는 양말 두 켤레를 손에 올려놓고 장난치며 말한다. 엄마가 한쪽, 아빠가 한쪽 신겨줘.
네가 해야 할 일은 네가 좀 해.
기다란 양말이 바닥에 던져지고, 아이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엄마가 해줘.
그냥 집에 가자. 엄마도 피곤해. 너랑 아빠랑 자는 동안 엄마는 계속 운전했다고.
어젯밤 아이의 소변 실수로 네 시간 만에 강제로 기상당한 설움이 꼭 그렇게 유치하게 아이를 향해야 했을까.
여보, 먼저 가있을래? 우리 양말 신고 따라갈게.
별것 아닌 상황에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나를 확인한 남편이 날 멀리 보내준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내 아픔을 알고있는 사람, 조금이나마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아이에게 느낄 죄책감을 덜어주며, 아이의 아빠가 아이에게 다가간다.
나빛아. 양말 신어봐. 아빠가 기다릴게.
환경이 바뀔 때 긴장도가 높아지는 아이를 스스로 할 수 있게 격려하고 기다려주세요.
내가 아이에게 해야 하는 말, 그 몇 마디가 오늘도 입에서 나오지 못하고 입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