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핀아사랑해

송소희 Not A Dream

728x90

"띠띠띠띠 띠띠띠띠"

현관문이 열리고, 남편이 들어온다.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쿠션을 끌어안고 내가 누워있는 이불속으로 쏙 들어온다.

"자기야. 이 노래 들어봤어? 이 노래 요즘 계속 뜨던데, 자기가 좋아할 것 같더라?"

나는 남편의 말에 그의 스마트폰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가수 송소희 씨가 보였다. 그녀가 자작곡 Not A Dream을 부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죽고 싶냐?" 나는 인상을 빡 쓰고, 남편을 째리며 말했다.

"으.. 어.. 에¿" 남편의 순하디 순한 눈망울이 고작 1mm 더 커지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 노래 내가 요즘 매일 듣는 노래라고, 며칠 전에 여보한테 보내줬던 거잖아! 너 내 카톡 안 읽지?"

"큭크,, 킄컄컄ㅋㅋ컄"

내 말을 들은 남편이 배를 잡고 소리 죽여 낄낄댄다. 아내가 좀 괴로워야 세상 행복해하는 남편을 위해 나는 종종 서비스로 성질을 내준다. 그러다 남편이 이렇게 빵 터질 때면, 아주 뿌듯하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빠르게 카톡을 올려보던 남편, 카톡에서 5일 전 내가 공유한 송소희 Not A Dream 영상을 발견한다.

"봐봐! 그날 여보가 너구리 집에 놀러 가서 롤 5시간 하고 새벽에 왔을 때, 내가 그 노래 들으면서 감동받아서 울고 있었잖아!"

내 말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남편은 그 영상을 다시 맨 처음으로 돌리더니 다시 듣기 시작한다.

"내가 상처들을 치유해 온 과정이랑 비슷하다고 느껴졌어. 아무런 진전도 없다고 느껴졌던 긴 시간이 있었잖아. 잠시 들뜬 사이, 가라 말할까 두렵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슬프지 않아? " 나는 이미 울고 있다.

"...¿" 남편은 물범처럼 누워 미동도 없다.

"그런데, 나도 드디어 진전이 보이기 시작한 거잖아. 하지만, 여전히 두려움과 마주할 때가 있지. 그럴 때, 내 마음에 숨을 불어넣고, 바람의 온도를 느끼고, 내가 달려온 길을 돌아보는 거야. 그럼 이 모든 게 내가 바라던 거잖아. 그러니 묵묵히 계속 걸어가면 되는 거지."

"아.. 자기는 그렇게 느꼈구나. 나도 자기랑 비슷하게 생각했어. 자기의 길을 걸아가. 근데 너무 깜깜해. 그래도 계속 가. 그러다 드디어 사람들이 나를 불러준 거야. 그런데 나는 그게 다시 사라질까 봐 두려워. 그러나 내가 달려온 길을 다시 바라보면 결국 이게 내가 바라던 거야. 사람들이 날 불러주든 아니든 그건 부수적인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응.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리고 이게 내가 바라던 길이다."

"그러니까. 아, 뭐야~ 이거 새벽에 보내줬었네. 그러니까 내가 못 보지."

"그때 여보 깨있었거든?"

"그날 나빛이 장모님 댁에 가고, 우리 둘이 있었던 날이잖아? 그런데 내가 카톡을 어떻게 읽어. 자기 보느라 정신이 없지."

(자알 도 넘어간다. 이 능구렁이.)

'핀아사랑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넘어지다  (0) 2025.02.02
송소희 Not A Dream 가사  (0) 2025.01.28
계획  (0) 2025.01.28
망가뜨리다  (0) 2025.01.26
접수  (0) 2025.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