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정기검진] 만 3세 충치 치료 전 알려 줄 4가지 / 충치 치료 과정 / 치료 후 보상 / 아이의 긍정적 자아상 만들기

[ 나빛이의 첫 치아 정기 검진 ]
1년 전(나빛이 20개월 경) 치과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저와 남편은 나빛이의 어금니 두 개에 충치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치료를 진행할 때에는 아직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나빛이가 다치지 않도록, 강제로 아이를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남편과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이의 치아는 작고 부드러워 어른의 치아보다 훨씬 빠르게 썩기 때문에, 하루 빨리 치료가 돼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나빛이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경험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기에 치료 시기의 적당한 때를 알고 싶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1년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고려했던 사항은 두 가지였습니다. 나빛이의 유치가 신경치료가 필요할 만큼 썩지 않도록 관리할 것과 유치가 너무 썩어서 영구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었습니다. 결국 평생 나빛이 치아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 두 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계기는 아이 치과 의료사고에 관해 알아봤을 때, 마취를 하고 치과 치료를 받은 후 깨어나지 못 한 아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빛이보다 큰 아이들도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요. 동네 치과에는 마취의가 근무하지 않기 때문에, 대충 치과의사가 마취를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고, 마취의가 마취를 하더라도 작은 아이에게 다른 용량을 투여해야 할 텐데, 실수로 많은 양을 투여해 문제가 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https://youtu.be/55objyoK9r0
1년 후, 다시 치과 정기검진을 받으러 다른 병원으로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1년 전과 같은) 어금니 두 곳에 충치가 있다고 하셨고, 마취 없이 5-10분 내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는 2주 후로 충치 치료 예약을 잡았습니다.
[ 충치 치료 전 알려 줄 4가지 ]
1년 전보다 많이 자라난 나빛이는 치료 시 완벽하게 몸을 묶지 않아도 됐지만, 엄마의 손으로 아이의 양쪽 팔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빛이가 치과진료를 잘 받기 위해 제가 나빛이에게 교육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두려운 것과 아픈 것의 차이를 알려준다.
나빛이는 치과 정기검진 때 무척 많이 울었습니다. 그날 의사 선생님은 치아를 확인만 하셨지만, 낯선 상황에 놓인 나빛이는 두려워서 계속 울었던 것이죠.
일단 두려움과 실제 아픈 것의 차이를 알려줘야 했습니다. 나빛이의 충치 치료가 현실보다 과장되어 안 좋게 각인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나빛이 오늘 치과에서 정말 멋졌어."
"나빛이 입 속을 선생님이 확인하실 때 아팠니?"
"나빛아 엄마는 어렸을 때 치과를 정말 무서워했단다."
"왜 치과에 들어갈 때부터 눈물이 났을까?"
"엄마도 아이 때 너무 무서워서 펑펑 울었어."
이와 같은 대화를 2주에 걸쳐 천천히 해나갔습니다. 그러자 나빛이는 두려워서 우는 것과 아파서 우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교육으로 나빛이는 충치치료를 하는 동안 두려움에 지배되지 않았고, 이는 충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충치 치료 시 실제 아픈 정도를 경험시킨다.
두려움과 아픔을 구분하더라도, 문제는 충치 치료가 실제로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빛이는 조금 썩은 것이었어서 많이 힘든 치료는 아니었지만, 본인은 치료가 얼마나 아프지 모르니 두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저는 실제로 충치 치료를 할 때 아픈 정도를 저의 손톱으로 나빛이 손가락을 콕! 콕! 누르며 알려주었습니다.
"나빛이는 지금까지 이를 하루 3번 정말 잘 닦았어."
"이를 알았지만 이가 썩은 건, 아이들 이가 말랑말랑해서 어른들보다 잘 썩기 때문이래."
"다른 아이들은 이가 많이 썩어서, 입 안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나빛이는 안 맞아도 돼."
"이 닦는 거 그동안 힘들었지."
"정말 고생 많았어."
"엄마는 나빛이가 정말 자랑스러워."
"엄마가 나빛이 치료하는 거 얼마나 아픈지 알려줄까?"
"(손가락을 콕 찌르며) 아파? (안 아파하면, 조금 더 세 개 콕 찌르며) 아프지? 그런데 생각보다는 덜 아프네?"
이 과정을 통해 막연한 두려움을 최소화시켜 주었습니다.
3. 실제 치료과정을 놀이로 여러 번 반복해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아이들의 치과 진료는 어른들과 다르게 진행됩니다. 우선, 초록색 풍선 같은 것으로 입 전체를 막아, 이물질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막습니다. 그리고 충치 치료를 해야 하는 이 하나만 빼내어 치료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아이를 놀라게 만들고, 두렵게 만듭니다. 어른인 우리도 치료과정을 모르고 진료를 받는다면 두려울 것입니다.
https://youtu.be/ZcEq_o5ZRAA
*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동영상의 소리를 끄고 과정을 설명을 하며 보여주세요. *
저는 이 유튜브 영상으로 나빛이에게 치과 치료과정을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과정마다 아픈지 안 아픈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치료받기 2주 전부터 3일에 1번 정도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로 알려주도록 노력했습니다.
치과에 도착해서 의자에 눕기(안 아픔) ㅡ> 이가 잘 보이도록 밝은 조명이 켜질 것(안 아픔) ㅡ> 엄마가 나빛이가 다치지 않도록 잡을 것(조금 불편할 수 있음) ㅡ> 초록색 천 같은 것으로 입을 감싸는 이유(안 아픔) ㅡ> 충치 치료 시작(아픔) ㅡ> 5~10분이 걸릴 것
4. 보상을 정한다.
나빛이는 유치가 났을 때부터 이를 잘 닦아 왔지만, 이가 썩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이 닦는 것은 해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했습니다.
"나빛이가 이를 잘 닦아줘서 고마워."
"우리 나빛이는 이가 조금만 썩었대."
"다행이다."
"충치 치료 하고 나면 먹고 싶은 거 사줄게."
치과를 너무 싫어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빛이가 원했던 보상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 충치치료를 받은 날 ]
아이가 치과에 들어가자 울려고 했습니다.
"우리 나빛이 많이 무섭구나. 걱정 마. 아빠, 엄마가 지켜줄게."
아이는 의자에 잘 앉아서 잘 누웠고, 초록색 천 같은 것을 씌울 때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나빛이의 양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나빛아. 우리 영상에서 봤던 초록색을 지금 입에 넣었어."
그렇게 충치 치료가 시작되었고, 선생님께서 충치 한쪽을 콕! 찌르더니 30초도 안 걸려 한쪽 치료가 끝나더군요.
"한쪽 다 끝났어. 이제 하나만 더 하면 돼."
다른 한쪽도 치료를 마친 뒤, 일어난 나빛이의 한 마디는 이거였습니다.
"엄마,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 치료 후 보상 ]
충치 치료 후 보상으로 나빛이는 의사 선생님에게 자동차를 선물 받았고, 저희 부부는 아이스크림을 사주었습니다.
"이렇게 치료 잘 받는 아이 없어요. 어머니."라는 선생님의 말을, 아이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엄마. 선생님이 자동차 선물 왜 주신 거예요?"
"나빛이가 치료를 너무 잘 받아서 선생님이 주셨어. 선생님이 정말 놀랐다! 이렇게 치료를 잘 받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하셨어!"
아이의 치과치료가 안전하게, 그리고 아이도 엄마도 행복하게 진행되길 바랍니다. 괴롭게만 느껴졌던 충치치료가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나빛이에게 큰 가르침을 준 것 같습니다. '나는 꽤 괜찮은 아이' 아이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