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아사랑해 2025. 1. 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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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에 나빛이와 문화센터에서 과학 수업을 듣기 시작하였다. 이 수업은 자동차나 로봇을 만드는 수업으로 아이가 혼자 하기는 어려워, 엄마나 아빠가 함께 참여해 아이를 돕는다.

나는 수업 첫날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와 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수업을 하는 동안, 각 아이와 부모는 배부된 교재를 따라 로봇을 만들고, 선생님께서는 돌아가며 한 명의 아이씩 잘못 만든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는 작업을 하셨다.

그런데, 수업 중 내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의 말소리가 계속해서 내 신경을 건드렸다. 내가 자리에 앉으며 인사를 나눴던 아주머니였다. 그녀가 그녀의 아이에게 뱉어내는 그 짜증 섞인 말들은 나에게는 너무 자극적이었다.

"야,,, 똑바로 안 해?"
"하,, 진짜,, 여기다가 끼우라고!"
"그림을! 보고! 하라고!!"

조용한 수업 시간이었고,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도 많았지만 아주머니의 아이를 향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아이는 어깨가 축 처져있었고, 입꼬리는 내려가 있었다. 아이는 곧 울 것만 같아 너무 안쓰러웠다.

그러다 아이는 본인이 한 가지를 해낼 때마다 나를 보며, "저 여기까지 했어요!"라고 했다. 그리면 나는 "잘했네!"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아이는 본인의 엄마는 죽었다 깨어나도 칭찬을 안 해주니 처음 보는 나를 향해 인정해 달라 말하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엄마에게 혼나면 적어도 20분~1시간 정도는 집중을 못 한다. 적어도 내가 가르쳐온 학생들은 모두 그랬다.

엄마에게 혼나고 수업에 참여했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은 수업을 하다가 울었고, 그 후에는 계속 멍하게 시간만 흘려보냈으며, 수업 중에 엄마가 오셔서 불려 나가 혼나고 돌아왔던 중학교 2학년 학생도 그날 수업시간 내내 우울한 표정으로 자리만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보면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무슨 짓을 해도 혼날 수밖에 없는 그 아이의 운명을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였을까? 그 아이가 칭찬이 받고 싶어 나를 쳐다볼 때마다 나는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나는 그런 나의 행동을 그 아이의 엄마는 당연히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아이가 잘하고, 예쁘다는데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있더라.

놀랍게도 내 예상은 빗나갔다. 바로 그다음 수업 날, 그 아주머니는 복도 의자에 앉아 다른 아주머니와 나를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음,,? 대체 왜? 나는 저들을 전혀 모르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데?)

내가 한 일이라곤, 아이가 뒤를 돌아 나를 보며 "저 여기까지 했어요!"라고 말할 때, 웃으며 잘했다고 응대해 준 것과 두 발자전거를 타고 가며 인사를 하던 아이에게 벌써 보조바퀴를 떼다니 대단하다고 진심에서 나온 칭찬을 한 일뿐이었다.

본인의 아이가 칭찬을 받았을 때, 부모의 심기가 뒤틀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칭찬을 받아야 하는데, 내 아이가 칭찬을 받으니 질투를 하는 것일까? 세상에 그런 부모가 어디 있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는 진심으로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의 부모는 그러지 않았다는 말이니까, 하지만 슬프게도 자식의 성공을 시기하는 부모 많다.

그런 부모들은 아이가 잘해도 죽어도 칭찬을 안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꼭 가족모임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칭찬한다. 나도 그게 오랫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자신의 동생, 사촌들에게 그들보다 본인이 우월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아이를 트로피로 사용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가 뭘 잘못한 지는 모르겠으나, 그다음부터는 그 아주머니와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친절히 대하는 부모들과 주로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아이나 남편에게 괴팍하게 구는 사람들은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괴팍하게 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